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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편지

Gospel Letter. '하나님의 형상 보기'

가스펠편지 Gospel Letter

-하나님의 형상 보기

이번 주 학교에서 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MBTI’를 물어보았습니다.
‘오목사님은 MBTI가 뭐예요?’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목사가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 목회를 해요? 라고 하더라. 
그때 마침 이상규교수님께서 ‘예수님의 MBTI아시는 분 계실까요?’
그러시면서 옛날에는 혈액형으로 사람들을 판단한 적이 있다고 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사람을 오래 두고 사귀면서 그가 변화되도록 기도하고 섬기면 그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 이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간 저도 사람을 잘 보는 이들이 부러운 적이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금세 상대의 기호를 파악하여 그것에 맞게 응대하는 능력은 사역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잘 보지 못하는 부족함이 도리어 축복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을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더 자세히, 더 많이 보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정말 피곤한 시간일 수 있죠.

그러나 오랜 시간 그런 노력들은 금세 보아서는 알아차릴 수 없는 빛나는 모습이나, 
그 사람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잘 보지 못하는 어리숙함이 
도리어 상대도 그러고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는 터전이 되어 주었습니다. 

사람에게는 ‘관심법’이라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역입니다. 
도리어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또 서로 연약하지만 주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섬기고 무엇보다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서로 바라보는 존재입니다. 
볼수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 과정 자체를 누리게 하시기 위해 허락된 하나님의 창조 의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신론자들은 타인에게서 하나님의 형상 보기를 거부하는 자들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교회는 홀로앉고, 마주앉고, 둘러앉음의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그것은 죄인이었던 우리가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았음에 감사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앞에 홀로앉아 변화되고 성장하는 내 자신이 되어야 하고,
그런 내 자신이 세상을 마주하면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존재로 살아야 하며,
무엇보다 교회를 세워가는 둘러앉음의 섬김을 통해 힘과 위로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돌아오는 주일에 ‘설립 10주년 감사 예배’ 를 통해 우리 교회가 새롭게 출발하게 될 것입니다. 
새롭게 출발함에 작은 변화들이 있을 예정입니다. 
작은 변화 같아 보이지만, 그동안 해왔던 우리의 애씀의 열매입니다. 
그간의 애씀이 없었다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온전히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연약한 우리가 서로 도와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사명을 잘 감당했으면 좋겠습니다. 

설립 10주년 감사예배를 축하하고 축복합니다. 
함께 한 모든  성도님들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